영화 엑시트는 2019년도 여름, 한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작품입니다. 화제의 배우인 조정석과 임윤아가 주연을 맡아 유독가스가 퍼진 도시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누적 관객수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크게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관객 수만으로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기엔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바로 코미디와 재난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낸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저는 영화 엑시트가 더 재미있고 편하게 다가왔던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영화 엑시트는 어떻게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매력에 대해 3가지의 이유로 나누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미디의 힘 - 조정석의 익살과 현실적인 유머
영화 엑시트는 재난 영화라는 장르 속에서도 코미디를 핵심 무기로 삼습니다. 특히 주인공 용남을 연기한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용남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평범한 청년으로, 어머니 칠순 잔치에서 우연하게 재난을 맞닥뜨립니다.
빌딩 외벽을 오르면서 투덜대고, 유독가스를 피해 허둥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면, 가족을 헬기에 태워먼저 보내고 다음 헬기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의주(임윤아 분)와 울먹이며 대화하는 장면 중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저런데(높은 건물을 가리키며) 원서 낼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현실적인 푸념이라 더 웃긴 장면입니다. 이런 순간들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또 다른 요소는 한국적, 현실적인 유머입니다. 영화 곳곳에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용남과 의주가 구조 신호를 보내며 "따따따 따다 따따따"를 외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우리만의 정서를 보여줍니다. 또 드론으로 셀카를 찍거나 유튜버처럼 상황을 중계하려는 모습은 요즘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엑시트를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우리 삶을 투영하는 유쾌한 작품으로 만듭니다.
재난의 긴박함 - 현실적인 액션과 스릴
코미디가 영화의 전면에 있다면, 재난의 긴박감은 그 뒤를 단단히 받쳐줍니다. 유독가스가 도심을 뒤덮는 설정은 현실적인 공포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용남과 의주가 빌딩 벽을 오르고 유독가스를 피하는 장면들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두 사람이 과거 산악동아리 암벽 등반 경험을 살려 생존을 모색하는 설정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전개로 이어집니다.
카메라가 빌딩 아래를 비출 때마다 관객들도 저절로 숨을 죽이게 만듭니다.
액션 장면의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이상근 감독은 과장된 CG나 비현실적인 특수효과보다 현실적인 연출에 집중했습니다.
용남이 빌딩에서 미끄러질 뻔하거나, 의주가 창문 너머로 손을 뻗는 장면은 실제로 있을 법한 긴장감을 줍니다.
특히 코미디와의 대비가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용남이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향해 달려가는 중 세모모양의 지붕을 의주와 함께 건너가는 장면은 휘청거리는 액션은 우스꽝스럽지만 스릴이 교차하는 장면입니다.
덕분에 엑시트는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진지한 여정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또한, 영화는 재난의 스케일을 지나치게 키우지는 않습니다. 영화 해운대나 백두산처럼 대규모의 자연재해를 다루기보다는, 국지적인 위협인 유독가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 덕분에 관객은 "나도 저런 상황에 처할 수 있겠다"는 현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엑시트의 재난 연출은 코미디와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독창적인 톤을 형성합니다.
감동과 희망 - 따뜻한 여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감동을 억지로 끌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재난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과도한 신파를 배제하고, 유쾌함과 긍정적인 마무리로 감동을 선사합니다.
용남과 의주는 가족과 서로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립니다. 이를 통해 감동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용남이 무사히 위기에서 탈출한 뒤에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어머니를 한 번 업으려 하는 장면은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가족애를 깊이 느끼게 만듭니다. 관객은 울기보다는 미소를 지으며 여운을 남길 수 있습니다.
후반부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타워 크레인에 올라 헬리콥터를 향해 소리치는 순간은 희망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유독가스를 피해 살아남은 그들은 단순히 생존에 그치지 않고, 다음 만남을 암시하는 대사를 합니다.
비너를 건네는 과정에서 의주는 "무거워서 못 들고 가겠어. 나중에 줘"라며 다음 만남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대사를 합니다.
"위기 뒤에는 웃음이 찾아온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며, 긴박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다른 재난 영화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됩니다.
예를 들면, 부산행이 좀비 사태 속 인간의 이기심을 조명했다면, 엑시트는 협력과 유머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강조합니다.
또한, 영화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묵직하게 담아내면서도 과도한 사회적 메시지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용남과 의주는 취업난과 사회적 압박을 겪지만, 이를 무겁게 다루기보다 자연스럽게 풀어나갑니다. 이 덕분에 관객들은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코미디와 재난의 조화가 단순한 장르적 실험이 아니라 영화의 본질적인 메시지와 연결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마무리
영화 엑시트는 코미디와 재난이라는 두 요소를 완벽하게 조화시킨 영화입니다. 조정석의 익살과 현실적인 유머는 관객을 웃게 만들고, 현실적인 액션과 긴박감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여기에 억지 감동 없이 따듯한 메시지가 더해져,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선 여운을 남깁니다.
9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재미 때문만이 아닙니다. 위기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웃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엑시트를 보지 않았다면, 팝콘과 함께 감상하기를 추천합니다. 빌딩을 오르고 가스를 피해 다니며 투덜거리는 용남의 모습에 웃다가도, 어느새 그의 생존 의지에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